‘오락가락’ 새만금 기본계획, 결국 ‘졸속 행정’ 비판 직면
-대통령 보고 한 번에 ‘전면 재검토’… 수십억 용역비 부실 용역 논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추진해 온 새만금 기본계획 수정 용역이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전면 재검토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새만금개발청의 정책 기획 역량과 행정 전문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2023년 새만금 관련 국가 예산이 대폭 삭감되자, 새만금 기본계획 수정 용역에 착수했다. 그러나 해당 용역은 지난해 12월 20일 전후로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다시 ‘판을 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결과적으로 김경안 청장 재임 시절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한 용역이 발표 직전에 사실상 무력화된 셈이다. 정책 환경 변화에 대한 예측도, 사전 조율도 없이 추진된 용역이었음을 스스로 드러낸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용지 전략도 ‘갈지자’… R5·R7·R8 후순위 전락, 특히 부안 지역의 R5·R7·R8 관광용지 개발 계획을 둘러싼 혼선은 새만금개발청의 전문성 부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동안 새만금개발청은 민자 유치를 명분으로 R5·R7·R8 관광용지 개발사업자를 모집해 왔고, 투자 유인책으로 관광용지 개발 사업자에게 새만금 수상태양광 100MW 발전사업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제시해 왔다.
이 과정에서 새만금개발공사를 관광용지 개발 주체로 지정하고, 수상태양광 사업 역시 동일 기관에 맡기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는 개발공사로 하여금 관광용지 조성과 동시에 투자비 회수를 위한 수익 모델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강제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복합카지노·MICE 산업 검토가 내부적으로 제기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러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기자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새만금개발청은 기존 용역 방향과 달리 R5·R7·R8 관광용지 개발을 차기 사업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부안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전략을 후순위로 밀어낸 결정이다.
“부서마다 말 다르다”… 행정 내부조차 방향 상실 문제는 정책 혼선이 외부에만 드러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새만금개발청 계획총괄과는 “속도를 낼 수 있는 지역을 우선 검토해 오는 6월까지 기본계획 수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반면, 관광 관련 부서에서는 “R5·R7·R8 개발은 계속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같은 기관 내에서도 정책 방향에 대한 인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기본계획이라는 국가 최상위 계획을 다루는 조직에서조차 공통된 이해와 설명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은, 새만금개발청이 과연 이 거대한 국책사업을 총괄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대통령 발언 한 번에 뒤집힐 계획이었다면…” 지역사회에서는 “도대체 이 용역은 무엇을 위해 진행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도 충분한 정책 검증과 사회적 논의 없이 용역을 강행했고, 그 결과물이 대통령 발언 한 차례로 발표 직전에 대폭 수정될 정도였다면, 애초부터 계획 자체가 허술했다는 방증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수십억 원의 예산과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기본계획이 이렇게 쉽게 뒤집힌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새만금개발청에 있다”며 “속도를 명분으로 한 선택이 결국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계획 없는 개발청’, 지역은 또다시 피해자, 새만금사업으로 이미 큰 상처를 입은 부안 지역은 관광산업 활성화만이 마지막 희망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그 기대마저 다시 불확실성 속에 빠져들고 있다.
새만금 기본계획은 단순한 행정 문서가 아니다. 지역의 생존과 국가 균형발전 전략이 담긴 국가 최상위 공간계획이다. 그 계획이 이처럼 오락가락하고, 내부조차 정리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면 문제는 단순한 용역 수정이 아니라 행정 시스템 자체의 붕괴에 가깝다.
이번 논란은 새만금개발청의 정책 기획 능력, 전문성, 그리고 행정 책임성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새만금은 더 이상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
